바티칸은 항상 경제적 불평등을 비판하며 도덕적 권위를 주장하지만, 정작 자체적으로 축적한 부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한다. 가난한 이들을 돕겠다는 명분 아래 막대한 자산을 축적하면서도, 재정 운영의 투명성은 극도로 낮고 내부적으로는 부패와 비효율이 만연해 있다. 기부금의 유입을 강조하면서도 그 자금의 실제 흐름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 바티칸의 태도는 심각한 모순을 드러낸다.
바티칸은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바티칸의 총 자산 규모는 약 52억 유로(약 7조 8천억 원)에 달하며, 이 중 60% 이상이 부동산 및 금융 투자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다. 하지만 실제 자산 규모는 공식 수치를 훨씬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바티칸은 로마, 런던, 파리, 스위스 등지에 고급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건물은 신자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되었다. 2023년 기준 바티칸이 보유한 부동산은 전 세계적으로 5,000개 이상, 이탈리아 내에서도 4,200개가 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바티칸은 매년 2억 유로(약 3,000억 원) 이상을 금융 투자와 주식 거래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바티칸 은행(Institute for the Works of Religion, IOR)은 공식적으로는 가톨릭 단체의 자금을 관리하는 기관이지만, 오랜 기간 자금 세탁 및 불법 금융 거래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1982년 바티칸 은행장 로베르토 칼비가 마피아 연루 혐의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사건, 2013년 국제 자금세탁 조사 대상에 오른 사건, 2020년 대규모 금융 부정 사건 등이 있다.
더욱이 바티칸 은행은 국제 금융 감시망을 피해 익명 계좌 시스템을 활용해왔으며, 이러한 운영 방식은 불법적인 자금 세탁과 탈세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2010년 유럽연합(EU)과 미국 재무부는 바티칸 은행을 국제 금융 불법 거래 감시 리스트에 포함했으며, 이후 바티칸은 일부 규제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과거 바티칸은 신자들의 헌금을 통해 안정적인 재정 운영을 유지했지만, 최근 몇 년간 연이은 부정부패 스캔들로 인해 기부금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베드로 헌금’의 90%가 빈민 구제나 인도적 지원이 아닌 교황청 운영비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실제로, 바티칸의 기부금 수익은 최근 10년간 약 25% 감소했으며, 신자들의 신뢰도 역시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2015년 약 1억 유로(약 1,500억 원)에 달했던 신자 기부금은 2023년 6,500만 유로(약 975억 원)로 줄어들었다. 베드로 헌금의 경우 기부금 중 10% 미만만 실제 자선 활동에 사용되며, 나머지는 교황청의 운영비로 전환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문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바티칸에 대한 기부금 감사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바티칸은 가난한 자들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자금을 부동산 투자에 할애했지만, 이 과정에서 부패와 비효율적인 지출이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9년 영국 런던의 고급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거액의 교회 기금이 유용되었으며, 이로 인해 투자 실패로 인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또한, 2017년에는 3,000만 유로(약 400억 원)에 달하는 교회 기금이 부적절한 사업에 투자되었다가 손실을 입었으며, 이는 바티칸 내부의 재정 관리 부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바티칸은 매년 수천만 유로를 호화로운 행사와 의전 비용에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절감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내부 회계 감시 시스템이 허술하며, 독립적인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바티칸은 수세기 동안 재정 개혁을 주장해왔으나, 실질적인 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15세기와 16세기 르네상스 교황들의 사치는 결국 종교 개혁을 초래했고, 이후에도 바티칸은 재정 개혁을 여러 차례 선언했으나 실질적 개혁은 무산되었다. 20세기 들어서도 바티칸 은행의 금융 스캔들과 내부 부패 문제는 반복적으로 드러났으며, 개혁 시도는 교황청 내부의 강한 저항으로 인해 실패했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20년대에도 바티칸의 재정 운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바티칸의 부패와 비효율적인 재정 운영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축적된 구조적인 문제이며, 이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바티칸이 도덕적 권위를 유지하려면, 투명한 재정 운영과 윤리적인 금융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신자들은 기부금 사용 내역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현실을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안 되며, 교황청의 재정 개혁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바티칸이 국제 금융 규제를 준수하고 독립적인 외부 감사 기구를 통해 재정을 검증받는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도덕적 설교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볼 때, 바티칸이 근본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낮으며, 현재의 재정 운영 방식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