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성범죄, 개신교가 사이비로 간주되지 않는 이유는?

태어날 때부터 다닌 교회의 목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김서연씨 출처 : ⓒ 시사저널 이종현

 

“핵심은 무책임한 꼬리 자르기”

한국 개신교 내부의 성범죄 문제는 단순히 도덕적 일탈의 사례를 넘어, 교회의 구조적 결함과 문화적 문제를 드러내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입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성범죄 사건은 개신교의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지만, 교회 내부의 대응 방식은 여전히 무책임한 은폐와 방치에 머물러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55.9%와 목회자의 93.7%가 한국교회의 성범죄 대처 시스템이 부실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차이는 특히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에 대한 처벌 방식을 두고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개신교인의 86.5%가 가해 목회자의 영구 제명을 요구한 반면, 목회자의 절반은 자격 정지 후 회개를 조건으로 복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같은 이견은 교회 내부의 권위주의적 구조와 문화가 성범죄 문제 해결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보여줍니다.

성범죄의 구조적 원인: 권위적 문화와 피해자의 침묵

성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배경에는 목회자의 절대적 권위와 교회의 위계적 구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건이 은폐되기 쉬운 구조적 허점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출석 교회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한 신자 비율은 적지 않으며, 성적 비유나 품평(11.0%), 불쾌한 신체 접촉(22.5%)과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단순히 일반 교인에 국한되지 않고 목회자와 교회의 중직자들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성범죄는 단순한 개인 일탈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문화와 구조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냅니다.

대책 없는 구조, 반복되는 문제

교회 내부에서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 기구의 부재(61.6%)와 사건 은폐 관행(59.3%)입니다. 또한, 피해자 보호가 소홀히 다뤄지는 점(48.6%)도 주요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예방 교육의 필요성은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한 비율은 17.6%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

1. 성범죄 예방 교육 의무화
   성도와 목회자 모두를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여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문제의식을 강화해야 합니다.
2. 독립적 조사 기구 설립
   교회 외부의 독립된 기관을 통해 성범죄를 공정하게 조사하고 처리하며, 사건 은폐와 축소를 방지해야 합니다.
3. 피해자 중심의 지원 체계 강화
   피해자 보호와 회복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해야 합니다.
4.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확립
   목회자의 권위를 견제하고, 교인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구조적 전환 없이 변화는 불가능

현재의 대응 방식은 성범죄를 개인의 도덕적 결함으로 축소하며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범죄는 교회 내 권위 중심 구조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한국 개신교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목회자 개인의 도덕성을 강조하기보다 이러한 권위적 시스템과 문화의 전환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독립적인 대처 기구와 예방 교육, 피해자 보호 체계, 민주적 구조 개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입니다. 문제를 외면하거나 축소하려는 태도는 교회 내 성범죄를 지속시키는 근본 원인임을 교계가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