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슈퍼마켓화: 교황 발언이 신앙의 본질을 위협하는가?

성모 마리아 대성당 밖에서 성체 성혈 대축일 의식을 주재하고있다. ❘ TIZIANAFABI/AFP via Getty Images

종교 슈퍼마켓화: 교황 발언이 신앙의 본질을 위협하는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종교는 하느님께 이르는 길”이라는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는 종교 다원주의에 대해 반대하는 가톨릭 신도들뿐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 사이에서도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종교를 마치 ‘슈퍼마켓’처럼 접근하는 현대의 사고방식을 성찰하게 합니다.

‘종교 슈퍼마켓’이란, 개인의 기호에 맞는 종교적 요소를 선택하거나 여러 종교의 가르침을 혼합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종교의 고유한 신념과 철학을 훼손하고, 종교가 지닌 내재적 가치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교황의 발언은 이런 ‘슈퍼마켓적’ 사고방식을 묵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모든 종교를 상대적으로 동일한 가치로 격하시켜, 선택 가능한 하나의 상품처럼 취급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께 이르는 유일한 길로 간주됩니다. 이는 가톨릭 신앙의 핵심 교리로, 천 년 이상 교회를 지탱해 온 기본적인 믿음입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은 이러한 신념을 모호하게 만들며, 특정 종교의 절대적 진리가 개인의 해석에 따라 유연하게 변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는 신앙이 단순히 선택 가능한 여러 브랜드 중 하나가 아님을 간과하는 위험한 태도입니다.

‘종교 슈퍼마켓화’는 다종교 사회에서 특히 더 큰 문제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각 종교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싱가포르와 같은 다종교 국가에서조차 모든 종교가 ‘대체 가능한 상품’으로 여겨지게 될 경우, 오히려 종교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신앙의 본질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종교 간 대화’와 ‘종교 슈퍼마켓화’는 명백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종교 간 대화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각 종교의 철학과 가르침을 존중하며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종교 슈퍼마켓화는 종교의 본질을 시장의 상품처럼 취급하며, 신앙의 진정성과 깊이를 훼손시킵니다.

결국, 신앙은 절대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가치입니다. 개인의 기호나 사회적 유행에 맞춰 해석되기보다는, 고유의 진리와 철학을 바탕으로 신자들을 지탱해야 합니다. 교황의 발언이 만약 이런 헌신의 중심을 흔들고 있다면, 종교 지도자로서의 역할과 신앙의 본질을 다시 한번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